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파업으로 충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시는 지난 18일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공문을 각 부서에 하달했다.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설문조사에 참여하라는 것. 공문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과 관련해 국민권익위 '국민생각함'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방안'을 주제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온라인 설문 참여 주소에 들어가 참여하라고 돼 있다. 시는 대응방안·참여방법 등을 첨부해 '모범답안'도 제시했다.
"공무원·청원경찰·기간제 참여 인원 보고하라"
![전북 남원시가 지난 14일 각 부서에 내려보낸 '의대 정원 확대' 설문참여 독려 공문. [사진 독자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8/19/305e52bb-8beb-4e18-bff2-e6e7110ce89a.jpg)
전북 남원시가 지난 14일 각 부서에 내려보낸 '의대 정원 확대' 설문참여 독려 공문. [사진 독자제공]
![남원시 측은 정부 설문조사의 '모범답안'도 제시했다. [사진 독자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8/19/5fb9ce99-5a5d-4ced-86b2-9fcd541980b6.jpg)
남원시 측은 정부 설문조사의 '모범답안'도 제시했다. [사진 독자제공]
문제는 설문조사 참석인원을 공문을 통해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공문 하단엔 "해당 조사는 국무회의 등에 보고되고 언론에 제공되며 법제 및 정책 수립 시 국민 여론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며 "각 실과 소속 전 직원 필히 설문에 참여하시고 그 결과를 8월 19일까지 회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회신 양식엔 부서별 현재 인원과 참여 인원을 ▶공무원 ▶공무직 ▶청원경찰 ▶기타(기간제 등)으로 구분했고, 공문 붙임 문서로 직원 현황을 첨부해 설문 불참 인원을 유추할 가능성도 있다.
공문을 하달하기에 앞서 남원시 기획실은 지난 13일 내부 게시판을 통해 '국민권익위 설문조사에 참여부탁드립니다(공공의대관련)이란 글을 올려 공무원들과 가족들의 설문 참여를 독려했다. 이 글엔 "참여 결과에 따라 법 제정과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 여론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현재 90%이상이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입장이다. 의사협회 쪽에서 조직적으로 참여해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님께서도 직원분들과 가족·시민들이 꼭 참여하게끔 하라고 당부하셨다"고 덧붙였다. 댓글엔 기획실의 한 직원이 "한 분이 5번까지 참여 가능하다"고 안내해 사실상 중복 투표를 독려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중소도시 특성상 컴퓨터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인구가 많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이었다"며 "시장이 공문 하달을 지시한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부서에서 설문 참여를 적극 독려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밝혔다.
찬·반 측 조직적 참여…여론 왜곡 우려
하지만 이 설문조사에 찬성·반대 측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일각에선 여론 왜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 전남 목포시도 이달 초 '목포지역 의과대학 및 병원 설립요구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는 협조요청을 유관기관에 보냈다.

지난 14일 집단휴진 총파업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지난달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려 4000명의 의료인력을 추가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까지 의대 정원 배정 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지역 의대의 정원 증원 신청을 받아 심사·허가 절차를 거쳐 2021년 2월까지 대학별 정원 심사 후 배정한다.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방안을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한 데 이어 오는 26~29일 2차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의대생도 국시 거부 및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August 19, 2020 at 11:3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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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설문 참여 뒤 보고하라"…남원 '시장님 지시사항' 논란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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