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직원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71)의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곧 ‘국제 공무원인 유엔 직원의 불편부당 원칙’을 두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어디엔가 인종차별이 있다면, 유엔 안에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유엔 안의 인종차별에 관한 정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스에 따르면 지난주 유엔 윤리위원회는 직원 회람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대중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국제 공무원으로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독립성과 공평성에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유엔본부가 있는 미 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때였다.
이는 곧 직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의사표현의 자유 증진 및 보호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인 클레멘트 부렐레는 지난 7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국제 공무원의 공정성을 보장할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유엔 내부 규정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광범위한 국제 인권 규범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연대나 평화로운 시민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이다. 개인적인 표현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고 알렸다. 애초에 윤리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승인을 받았던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대중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치거나, 약탈 행위 등에 휩쓸리면 유엔의 평판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해당 가이드라인은 우리의 공식적인 의무를 위해 집회 참여와 같은 활동에 균형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 인종차별 자체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란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e메일에서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유엔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유엔의 차별 퇴치 역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 직무와 관련한 직군 중 60%가 서양인”이라며 유엔 내부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고, 그에 맞서기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우자고 했다.
1945년 창립 이후 유엔은 회원국들의 내정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인도적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엔 직원의 집회 참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백인우월주의 시위 등에 합류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0일 트위터에 “인종차별주의는 어느 순간, 모든 곳에서 거부돼야 한다. 이는 유엔 헌장이 담고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썼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2016년 12월 취임했다. 사회주의자인 그는 포르투갈 총리 출신으로 2005~2015년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을 지냈다.
June 11, 2020 at 09:1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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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유엔 직원들도 집회 참여 OK, 변화 촉구한 구테흐스 사무총장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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